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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13.

    by. My_view

    목차

      고립·은둔 청소년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복합적 문제입니다. 최근 청소년정책포럼에서는 이들의 실태와 정책 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전국적인 시범사업과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고립·은둔 청소년의 발생 배경, 정책 추진 현황, 실제 사례, 그리고 향후 정책 과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봅니다.

       

      고립된 방 안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청소년들

      학교에도 가지 않고, 친구도 만나지 않으며, 가족과의 대화조차 거부한 채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두는 청소년들. 우리는 그들을 종종 ‘은둔형 외톨이’라고 부르지만, 그 이면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상처와 구조적 문제들이 얽혀 있습니다. 단순히 게으름이나 의욕 부족으로 치부하기에는 이들의 고립은 너무나도 깊고, 또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작은 방 안에서 ‘사회와의 단절’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청소년들을 위한 국가의 대응과 사회적 지원은 과연 충분할까요? 그리고 우리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고립 은둔 청소년

       

      1. 고립 은둔 청소년이란 누구인가

      고립 은둔 청소년은 단순히 친구가 적거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청소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학교, 가족, 지역사회와의 접촉을 장기간 단절한 채 사회적 관계망에서 완전히 고립된 상태로 살아가는 청소년들입니다. 일반적으로 방 안이나 특정 공간에 머무르며 외부와의 소통을 거의 하지 않으며, 심리적으로도 폐쇄된 상태를 보입니다.

      일본에서 먼저 논의된 ‘히키코모리’ 개념과 유사하지만, 한국의 경우 청소년기의 고립은 은둔을 넘어 사회 구조와 교육 환경, 가정 내 갈등 등 복합적인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2. 고립은둔 청소년의 실태와 주요 특징

      고립은둔 청소년 문제는 단순히 사회적 관심 차원에 머무를 사안이 아닙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4년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소년의 72.3%가 만 18세 이전, 즉 청소년기에 고립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청소년 시기가 고립·은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해당 시기에 대한 조기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고립의 주요 원인은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65.5%로 가장 높았으며, 학업 스트레스, 가족 내 갈등, 심리적 불안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처럼 고립은 단일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청소년 개인의 경험뿐 아니라 사회 구조적 요인이 함께 맞물려 발생합니다.

      또한 고립은둔 청소년 중 약 40%가 일상으로 복귀한 이후에도 다시 은둔 상태로 회귀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고립의 일시적 해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장기적인 지원과 체계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특히 사회와의 관계망이 복원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복귀는, 오히려 재은둔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청소년의 고립은 주로 비자발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우 관계에서의 따돌림, 부모의 과도한 통제, 성적 스트레스 등 외부 요인이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해 점차 외부와 단절되고 자기 방어적 행동으로 고립 상태에 머무르게 됩니다. 또한 고립이 장기화될수록 자존감 저하, 무기력, 정체감 혼란 등 심리적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특징은 고립은둔 청소년이 단순히 ‘혼자 있고 싶은 아이’가 아니라,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한 위기 청소년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3. 지금 왜 대응이 필요한가

      청소년기는 신체적 성장뿐 아니라 정체성과 사회성, 자율성이 형성되는 시기로,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사회와의 관계가 단절될 경우, 해당 경험은 단순히 일시적인 고립을 넘어서 평생의 삶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고립은둔 청소년의 상당수는 자해 충동,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를 동반하고 있으며, 사회적 지지 체계의 부재로 인해 고위험군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실제로 최근 청소년 자살률이 여전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고립은 단순한 생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고립 현상이 점차 연령대를 낮추며 만성화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주로 청년기에서 나타나던 은둔 현상이 이제는 중학생, 심지어 초등학생에게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교육, 경쟁 중심 문화, 심리적 스트레스 구조가 조기에 고립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는 개인과 가정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역사회, 학교, 정부 기관 등 다양한 주체들의 연계와 정책적 개입이 동시에 이뤄져야만 실질적인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지원사업' 등 다양한 시범사업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제도적 한계와 전문 인력 부족으로 인해 정책적 체계가 완전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이 바로 대응해야 할 때입니다. 고립은둔 청소년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고립은 심화되고, 복귀는 어려워집니다. 조기 발견과 예방, 맞춤형 개입, 지속 가능한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4. 현장에서 확인된 실제 사례들

      전국 각지에서 시행 중인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사업은 다양한 회복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청소년 A는 외출 경험이 전무했던 상태였으나 지속적인 라포 형성과 외출 시도를 통해 현재는 지하철을 타고 학원에 다니고 있으며, 검정고시를 통해 학업 복귀를 준비 중입니다.
      • 청소년 B는 음악에 흥미를 보였고, 기타 배우기를 통해 외출을 시작하였으며 정서 상태가 개선되었습니다.
      • 청소년 C는 여전히 은둔 상태에 머물러 있지만, 보호자와의 문자 소통을 시작하는 등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으며, 담당자의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점진적인 변화가 기대됩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청소년 개별 욕구에 맞춘 맞춤형 접근, 그리고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 형성이 핵심이라는 점입니다.

       

      5.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추진 현황

      2024년부터 여성가족부는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지원사업’을 통해 고립·은둔 청소년을 위한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고립 또는 은둔 상태에 있는 청소년을 조기 발굴하고, 이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맞춤형 회복 지원과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해당 사업은 현재 전국 12개 시범지역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각 지역에는 전담 인력이 배치되어 사례 발굴, 상담, 학습지원, 외출 유도, 정서 회복 프로그램 등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온라인 상담과 부모 교육, 자조모임 운영, 환경 개선 지원 등의 부가 서비스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상남도는 광역지자체로서 해당 사업에 선정되어 총 9명의 전담 인력을 채용, 도내 82명의 청소년을 발굴하였고 이 중 66명을 고립·은둔 청소년으로 판정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구 동구는 전담 인력 2명과 사후관리 인력 4명을 운영하며, 은둔 상태 청소년의 회복을 도와 긍정적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또한 ‘행복동행학교’ 시범운영을 통해 고립된 청소년을 위한 공간 및 활동 기반 프로그램을 확대 중입니다.

      이러한 정책은 초기 대응으로서의 시의성과 의미는 크지만, 여전히 제도적 기반은 취약한 실정입니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관련 경험이 부족하고, 인력 배치나 예산 확보에 있어 구조적 제약을 받고 있으며, 고립은둔 청소년을 위한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균형 있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6. 고립은둔 청소년 정책의 한계와 과제

      고립은둔 청소년을 위한 정책은 중요한 시작점에 와 있으나, 실효성을 담보하기에는 여러 한계가 존재합니다.

       

      첫째, 전문 인력 확보 및 지속성 부족입니다.
      현장에서는 고립은둔 청소년과 직접 접촉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채용된 전담 인력의 업무 지침이 모호하거나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았거나 현장 중심의 교육이 부족한 상태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높은 퇴사율(2024년 기준 약 43%)로 인해 사업의 연속성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둘째, 개별 맞춤형 접근의 한계입니다.
      청소년마다 고립의 원인, 심리 상태, 가정 환경 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인 상담 프로그램이나 성과 중심의 단기 개입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는 청소년이 느끼는 사회적 압박을 오히려 재강화할 위험이 있으며, 초기 관계 형성에 실패할 경우 ‘재은둔’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셋째, 정책의 제도화 미비입니다.
      ‘고립은둔’이라는 개념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사업은 행정적인 사업에 그치고 있으며, 관련 예산 역시 해마다 확보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불안정한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법적 근거와 체계적인 국가 전략이 수립되어야 합니다.

       

      넷째, 학교 내 고립 청소년에 대한 대응 미비입니다.
      고립은 반드시 학교 밖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닙니다. 교실 안에서도 친구 없이 조용히 은둔하는 청소년은 많습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정책은 ‘학교 밖 청소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학교 안의 잠재적 고립 위험군은 실질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입니다.

       

      7. 정책 제언과 실질적 개선 방안

      보다 실효성 있는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정책을 위해 다음과 같은 다각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 중장기적 로드맵 수립과 예산 안정화
      시범사업에서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전국 확대 계획을 세우고, 최소 3~5년의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예산을 항목화하여 고정 배정하고, 인력 운영, 기관 운영, 성과 관리 체계를 안정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광역 거점센터 중심의 지역 연계 시스템 구축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광역 거점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내 기관(학교, 병원, 상담소 등)들과 유기적 연계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 센터들은 단순 서비스 제공을 넘어서서 ▲청소년 욕구 분석 ▲프로그램 조정 ▲민간 협력 ▲지역 내 교육 및 모니터링 기능을 함께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성찰된 당사자' 양성을 통한 인식 개선 및 피어 멘토링 활성화
      은둔 경험을 회복한 청소년 또는 청년을 ‘성찰된 당사자’로 발굴하고, 정책 참여자 또는 피어 멘토로 양성하여 활동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청소년에게는 실질적인 공감대 형성과 모범 사례를 제공하며, 정책적으로도 인식 개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넷째, 학교 안 예방 시스템 강화와 교육청 연계
      학교 내 은둔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할 수 있도록, ▲교사 대상 인식 교육 ▲위기 청소년 선별 도구 배포 ▲학교-가정-센터 간 연계 프로그램 등을 강화해야 합니다. 교육청과의 협약을 통해 ‘학교 기반 고립 예방 체계’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섯째, 회복 중심의 맞춤형 지원모델 정립
      단기 성과 중심의 개입보다는, 청소년의 삶 전반을 복구할 수 있는 회복 중심의 모델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학습·진로 탐색 ▲정서·관계 회복 ▲가족 기능 개선 ▲의료·심리 서비스 연계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합한 사례관리 방식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8. 사회적 연대와 우리의 역할

      고립은둔 청소년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일시적 심리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입니다. 학업 중심의 경쟁 사회, 가정의 해체, 공동체의 소외, 그리고 점점 심화되는 정서적 고립은 청소년을 방 안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제는 전문가와 정책 입안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인식과 참여 또한 필요합니다. 고립 청소년이 다시 세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도우려면, 우리 모두가 관계의 복원을 위해 노력하는 연대자가 되어야 합니다.

      정책은 구조를 만들지만, 변화는 사람에서 시작됩니다. 청소년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따뜻한 시스템,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걸어가는 어른들이 있을 때, 고립은 더 이상 폐쇄가 아닌 ‘회복의 문’이 될 수 있습니다.

      고립된 청소년을 향해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이 바로 이 시대의 사회적 책임입니다.